4년째 함께하고 있는 로지텍 MX Ergo 트랙볼 마우스

 

로지텍은 입력기기 시장에서 오랫동안 쓸만한 제품들을 만들어 온 브랜드로 유명합니다.

다만, 절묘한 원가절감으로인해 기묘한 고장이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그 중 유명한 것이 마우스 더블클릭 고장입니다. 대략 무상 A/S 기간이 끝날때 쯤 나타나는데, 한번만 눌러도 더블클릭이 되거나 드래그 시 클릭 유지가 안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원인은 로지텍에서 제조하는 마우스에는 저가~고가 제품 구분없이 옴차(옴론 차이나) 스위치를 쓰기 때문인데요. 옴차 스위치는 마우스 스위치 제조로 유명한 옴론 사의 중국 생산 제품입니다.

특징으로는 날카로운 클릭감과 1~2년 지나면 내부 금속부에 녹이껴서 더블클릭 고장을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더블클릭 고장 수리는 옴재(옴론 재팬) 스위치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옴재 스위치는 이름대로 옴론 사의 일본 생산 스위치입니다. 클릭감이 부드럽고 고장이 안나는 것이 특징이죠.

 

옴차와 옴재 스위치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면, 일단 유튜브로 가서 영상부터 몇 개 보시면 되는데요. 납땜(솔더링)과 디솔더링(납땜 제거) 관련 영상들 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튜브 영상만 잠깐 시청하고 오시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난이도의 작업입니다.

영상까지 시청하고 오셨다면, 나도 할 수 있겠다! VS 너무 귀찮다. 장비랑 재료 사려면 마우스 새로 사는게 낫겠다. 뜨거운 인두가 무섭다. 하시는 분들로 나뉠겁니다.

후자는 그냥 옴재 스위치만 사셔서 집 근처 전파사 들고가셔서 대충 설명해주시면 알아서 잘 고쳐주실 겁니다.

전자를 선택하신 용감한 분들은 저와 함께 납땜의 세계로 들어가보겠습니다.


먼저, 수리에 필요한 장비와 재료 몇 가지가 필요합니다.

  • 인두기 및 인두 거치대(저가 제품이 온도가 잘 안 올라가는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터보 기능이 있는 제품을 사시면 좋습니다.)
  • 기판 고정 스탠드(저는 임시방편으로 겸자를 썼는데, 가능하면 기판을 제대로 잡아줄만한게 있어야 편합니다.)
  • 니퍼
  • 롱노즈 플라이어(혹은 플라이어가 달린 멀티툴)
  • T6 드라이버(6각 별나사용. 국제규격이라 T6 검색해서 나오는거 적당히 아무거나 사시면 됩니다만, 중요한 건 mx ergo의 경우 나사 두개가 굉장히 깊숙한 곳에 있어서 얇고 긴 제품 사셔야 됩니다.)
  • 시계용 십자 드라이버(집에 굴러다니던거 쓴거라 정확한 사이즈는 모르겠으나 P00(필립스)보다 작은거 쓰시면 됩니다.)
  • 핀셋(혹은 자석 기능이 있는 십자 드라이버 쓰시면 더 좋습니다.)
  • 납땜용 무연납
  • 솔더윅(디솔더링 와이어라고도 부릅니다. 한코 제품이 좋고, 적은 양의 작은 구멍안의 납을 제거해야되기 때문에 적당히 얇은 제품 구매하시면 됩니다.)
  • 옴론 재팬 스위치(한두개 사려면 택배비가 더 나오기 때문에, 계속 로지텍과 함께하신다면 넉넉히 사놓고 쓰시면 좋습니다. 네x버 쇼핑에서 옴론 재팬 검색하셔서 제일 싼거 사시면 됩니다.)

필요한 재료와 장비들. T6 드라이버는 얇고 긴 것으로 준비.

 


 

1. 분해

모든 전자기기 수리의 시작은 아시다시피 분해입니다. 분해과정은 하나하나 사진을 미리 찍어서 재조립 시에 보시면 좋습니다.

T6 드라이버와 십자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나사를 풀어주시면 되는데, 나사가 뻑뻑하기 때문에 나사 머리가 뭉개지는 것에 주의하면서 조심스럽게 돌려주시면 됩니다. (바깥에는 T6, 안쪽에는 십자 드라이버)

 

볼을 빼주고 나사를 풀어줍니다. 오른쪽 트랙볼 하우징 근처 두 개는 나사 구멍이 깊습니다.

 

휠은 나사로 체결된게 아니고 사진처럼 끼워져 있습니다. 살짝 힘줘서 뽑아줍니다.

 

리본 케이블은 기판쪽 하우징을 살짝 빼면 쉽게 빠집니다. 나중에 재조립시에는 검은색 선까지 밀어넣고 다시 눌러주면 됩니다.

 

나사가 작아서 맨손으로는 잡기 힘들고 핀셋이나 자석 기능이 있는 드라이버가 좋습니다. 배터리는 필히 빼줍니다. 실수로 인두를 살짝이라도 갖다대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재조립전까지는 멀리 치워줍니다.

 

분해가 끝난 기판의 모습입니다. 애증의 옴차 스위치 두 개가 잘 보이네요.

 


 

2. 디솔더링(땜납 제거)

납땜을 처음 해보시는 분이라면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부분이 될텐데요(학교에서 간단한 동아리 활동으로 납땜을 접해보셨다고 하더라도 디솔더링을 해본 경험은 많지 않으실 겁니다.)

인두가 제대로 달궈져야만 원활한 디솔더링이 가능합니다.

인두기 코드를 꽂고 최소 10분~20분 정도 기다린 후 기판에 제거할 납에 살짝 갖다댔을때 2초 정도 후에 녹기 시작해야 작업하기 적당한 온도입니다.

하지만 저가 인두기는 디솔더링에 필요한 온도 유지가 잘 안되기 때문에 터보 기능이 있는 제품을 사서 터보 버튼을 눌러가면서 작업해야 원활합니다.

 

인두기가 달궈지는 동안 기존의 고장난 옴차 스위치의 윗 부분을 제거해주면 되는데요.

기판 아래쪽의 납만 제거해서는 구멍 안에 있는 소량의 납을 제거하기 힘들기 때문에 아무리 인두로 지지고 솔더윅을 문질러도 스위치를 제거하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판과 고정된 다리 부분만 남겨주고 나머지 플라스틱 부분을 플라이어와 니퍼를 사용하여 완전히 부숴서 제거해줍니다.

 

플라스틱 하우징과 부속 제거 후 남은 옴차 스위치의 다리들

 

이제 인두가 준비되었다면, 제거할 납 위에 먼저 솔더윅을 갖다대고 인두로 솔더윅을 비벼서 납을 흡수시키면 되는데요.

(작업시 주의하실 점은 환기가 아주 잘되는 공간에서 하셔야 합니다. 창문을 열고 환풍기 대용으로 주위에 선풍기를 켜놓고 하셔도 좋습니다. )

본격적인 디솔더링 시작

솔더윅은 구리로 만들어져있어서 열전도가 빨라 맨손이나 얇은 장갑으로는 잡고 있기가 힘듭니다. 그러므로 적당히 풀어서 끝 부분만 플라이어로 잡고 갖다대면 좋습니다.

납이 흡수가 되면서 솔더윅이 납의 은색으로 변하는데 니퍼로 조금씩 잘라가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납이 솔더윅과 비벼지면서 흡수가 덜 된 부분은 넓게 퍼지기 때문에, 중간중간 인두만으로 납을 살짝 녹여서 서로 뭉치게 해주시면 됩니다.

6개만 지져서 빼주면 됩니다.

 

적당히 납이 제거되면 플라이어로 스위치의 다리를 붙잡고 적당히 힘을 줘서 땡기면 남은 납과 함께 쏙 빠집니다.

여기까지 오셨다면 70%의 작업은 끝난 셈입니다.

 

디솔더링된 기판

 


 

3. 새 스위치 납땜

미리 구매해놓은 옴재 스위치를 기판에 끼우고 납땜을 해주시면 됩니다.

기판에 납을 갖다대고 살짝 지져주면 납이 물방울처럼 기판에 찰싹 달라붙습니다.

이때 주의하실 점은, 납이 너무 많으면 주위의 다른 부품의 다리에까지 달라붙을수가 있어서 적당량의 납을 사용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너무 많이 녹이지말고 조금씩 녹여서 추가해주시면 됩니다.

옴론 재팬 스위치로 교체

 


 

4.재조립

납땜이 다 되었다면 이제 조립을 해주시면 되는데요.

조립은 분해의 역순입니다만, 어차피 뜯었으니 조립하면서 추가로 한가지 더 고쳐보겠습니다.

제가 구매한 제품만 그런지 혹은 설계 결함인지는 모르겠으나 트랙볼이 들어가는 하우징이 나사를 아무리 세게 조여도 고정이 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볼을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사이즈의 실리콘 O링을 추가하여 유격을 잡아줍니다(알리에서 실리콘 O링 검색하시면 다양한 크기가 들어있는 O링 세트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나사의 유격을 잡아주기 위한 O링

 

 

훨씬 좋아졌네요.

O링 장착. 뚜껑만 덮으면 완성.

 

이제 나머지 부분도 조립을 해주면 완성입니다.

걱정과는 달리 작동도 아주 잘 됩니다.

 


로지텍 제품은 품질도 좋고 가격도 적당해서 인기가 많지만, 일부러 그렇게 만든것인지는 몰라도 A/S 기간만 넘기면 고장이 잘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로지텍 마우스는 스위치 정도만 바꾸면 10년 이상 쓸 수 있는 내구성이 있으므로, 귀찮다고 버리고 새로 사지마시고 한번쯤 취미삼아 고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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